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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모음

스쳐가는 인연 속에 가슴으로 남는 사람은?




 
    예수가 처형되기전에 총독 빌라도와 대면하는 장면이다. 성서에는 빌라도가 예수에게 네가 유대인의 왕인가라고 물으니 예수께서는 그것은 네말이다.라고 대답한 걸로 돼있다. 여기서는 엔도가 쓴 그 장면은 소설이니까 좀 다르다. 유령처럼 그 사나이(예수)가 다시 집무실 입구에 세워졌다. 사나이의 야윈 손에는 갈대 잎이 쥐어져 있었다. 빌라도는 침묵속에서 사나이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네." 빌라도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는 죽지 않으면 안 될것 같네. 그대를 따라다니던 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사나이는 계속 빌라도를 바라보기만 했다. "민중이란 그런 거지 그런데 왜 돌아왔나? 왜 나를 말려들게 하나? 나는 편한 마음으로 예루살렘에서 가이사리아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스쳐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내 인생도 스쳐 갈 셈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내 인생에도 그대의 흔적을 남길 셈인가? 나는 그대를 잊을 걸세." "당신은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내가 한 번 그 인생을 스쳐 가면 그 사람은 나를 잊지 못하게 됩니다." "왜지?" "내가 그 사람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빌라도는 놀라서 얼굴을 들었다. 위에 내용은 박완서님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스쳐간다는 낱말에 꽂혀서 옮겨봤습니다. 그제 한 지인과 연락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소식이 궁금해서 먼저 핸폰을 들었습니다. 무척이나 반가웠고, 그간의 일을 간단하게나마 소식을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가깝게 들리던 소리가 어느 날 갑자기 들리지 않아 못내 궁금하던차였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한 것 같습니다. 스쳐간것 같지만 뇌리에서 잊혀지질 않은 것을 보면 마음 속으로 사랑을 하였나 봅니다. 알게 모르게 인간적인 사랑이 움텄을까요? 기분이 한결 좋아집니다. 궁금하던 안부를 알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나 봅니다. 거기에 다른 지인의 소식도 덩달아 덤으로 알게 되서 더더욱 반가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슴속에 넣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잊혀질 수 없는 사람입니다. 자신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관심과 사랑을 준 사람입니다. 잠시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스치고 지나는 사람중에 훗날 호의와 사랑을 기억해 내는 사람이 있으니 말입니다. 다른 사람의 가슴 속에 새겨질 수 있는 사람으로 남는다는 것은 이렇게 작은 관심으로 스쳐지나갔지만 그 사랑이 다른 사람의 가슴 속에 향기나는 꽃으로 기억되기도 하니까요. 요즘 이웃나라의 소식으로 인해 많이 마음이 아프고 불안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인생에서 간간이 좋은 소식도 들을 수가 있어 하루가 즐거워지니, 사람은 이렇게 함께 더불어 살아야 행복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