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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산방한담/ 법정스님







                지은이: 법정스님(1932.10월~2010.3월)
                1983년도에 초판 인쇄
                2001년 개정판
                2010.10월 개정판 13쇄 펴냄

                산방한담을 펴낸 배경에 대하여

                70년대 후반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지어 홀로 20년을 사신 뒤 강원도 산골 작은 오두막에서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 하신분이다.
                자연의 벗이 된 후,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곧고 정갈한 글을 통해 세상에 나눠주셨다.

                이 산문집에 실린 글들은 저자가 <서 있는 사람들>을 펴낸 이후 신문과 잡지의 고정 칼럼에
                내보낸 것들인데,
                그 성격에 따라 다섯묶음으로 엮은 것이다. 조계산 불일암에서 홀로 지내면서
                그때그때 생각과 느낌, 그리고
                세월을 함께 사는 이웃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조심스런
                마음으로 쏟아놓은 글들이다.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

                ★ 나누어 가짐
                자주 만나 얼굴을 맞대고 정다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고 해서 동료나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접근해 있다고 해서 이웃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나누어 가질 때,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어 가질 때 우리는 비로소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된다.

                ★ 우리들의 얼굴
                사람의 얼굴을 사랑으로 둘러싸이지 않을 때는 굳어진다. 그건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얼굴의
                단순한
                소재일 뿐이다. 맑은 영혼이 빠져나가버린 빈 꺼풀. 웃는 얼굴은 우리에게 살아가는
                기쁨을 나누어 준다.
                눈물 어린 얼굴에서 친구의 진실을 본다. 반대로 우거지상을 한 굳은
                얼굴이나 찌푸린 얼굴은 우리들의
                속뜰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살아가는 기쁨을 앗아간다.

                ★ 가을 편지
                사람을 만나서 반갑지 않을 때는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고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다.
                사람은
                만날 때마다 '새로운 사람' 으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고 그리는
                기다림과 자기정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종교와 자유 정신
                숲속의 새소리는 종일 들어도 싫지가 않다. 그것은 그 자체가 우주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이라 할지라도, 또는 마음의 양식이 될 어떤 고승의
                설법이나 부흥사의 설교라
                할지라도 연거푸 듣거나 장기간 들으면 시끄럽고 지겹고 멀미가
                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위적인 것이므로
                그렇다.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즐기려면 아무 생각없이 빈 마음으로 조용히 있기만 하면 된다."

                종파적인 종교는 나무로 치면 한쪽으로 뻗은 가지다. 한쪽가지만을 붙들고 그게 다라고 거기
                집착하면 
                독선적이요, 배타적인 맹신과 광신에 떨어질 위험이 따른다. 그러니 종파적인 데에 
                구애받음 없이 여러
                종교가 지닌 좋은 특성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인다면, 내가 믿고 의지하는
                종교의 영역이 그 만큼
                풍요로워질 것이다.

                ★ 쉴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기계도 짐승도 아닌 가치 추구의 인간이다. 그러니 순간순간 삶의 의미를 누리면서
                살아가야 한다.
                사회나 개인의 생활에 리듬이 없고 탄력이 없다면 거기에 무슨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겠는가. 일만하고 
                쉴 줄 모른다면 이미 병이 든거나 마찬가지다. 몸이 지치면 마음에
                평안이 깃들 수 없다.


                ★ 시도 좀 읽읍시다
                시가 우리에세 감동을 주는 것은 시인의 관조가 독자적인 리듬을 통해 우리 마음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 리듬은 물론 정제된 언어의 구성으로 울려온다. 그리고 그 낱낱의 언어는 시인에
                의해 선택되고 
                창조된 것들이다. 우리 모국어의 아름다움은 바로 시인들에 의해 빛을 발한다.

                말고 글을 알고 감성이 투명한 사람이면 누구나 시의 세계에 닿을 수 있다.
                이 팍팍하고 막막한 세상에서 무엇에 쫒기지만 말고 영혼의 음악인 시도 좀 읽으면서 운치있게 
                살아갈 일이다.

                ★ 제주도에서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관계의 울타리에서 떠나 봄으로써 자신의
                실체를
                보다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낯선 고장의 인정이나 풍물을 통해 가려진 내면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 저녁노을
                개인의 편견일지 모르나 달은 떠오르는 달이 아름답고, 해는 지는 해가 훨씬 좋다.
                아무리 세상살이가 고되고 바쁠지라도 더러는 저녁 노을에 눈을 돌려볼 일이다. 줄곧 밖으로만
                겉돌던
                우리들의 생각과 감정을 이런 시각에 안으로 거두어들여야 한다. 이런 내적 수습이 없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소유의 많고 적음을 물을 것 없이 우리들의 삶은 항시 모순과 불안과
                갈등으로 얼룩지게 
                될 것이다.

                ★텅 빈 속에서
                우리가 내일을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것은 이미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다. 오늘을 
                마음껏 살고 있다면 내일의 걱정 근심을 가불해 쓸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나누어 가질 때 인간이 된다.
                타인과 함께 나누어 가져야 '이웃' 이 될 수 있고, 인간적인 관계가 이루어진다. 사람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관계를 통해서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들의 삶이 곧 관계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관계에 의해 존재하고 우리들의 관계는 인간을 심화시킨다.

                ★ 사랑의 다리
                책은 우리에게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 소재를 가지고 사색함으로써 보다 푸르고 넓은
                자기세계를
                형성해해갈 수 있다. 좋은 책을 읽을 때에도 우리는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이웃을
                생각한다. 그 몇권의 
                책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숙제'를 내주고 있다. 서로가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지만,
                삶의 의미를 나누면 우리는 같은 생각 속에서 삶의 질을 높여 갈 수 있다.

                책을 읽고서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이렇게 맑을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소한 일상에서
                자연과 벗하면서, 느낀 작은 마음들과 종교관을 소박한 필체로 읽는 이로 하여금 편하게 마음을
                비우고 읽게 하는 힘을 주는것 같았다. 종교적인 것을 떠나서 인간적인 성찰을 위한 지침서 같았다.
                 

                저자의 맑은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듯 하여 책에 빠져서 여러장을 읽고는 닫으면 그 맑아진
                기분을 느끼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몸은 아직 안 좋은 상태지만 좋은 책을 읽어서 한껏 나아진 기분이다.

                법정스님의 고고한 인품을 존경하고 싶어진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많은 것을 남기고 가신
                그 분에게 감사함을 느낀다.